아이스브레이킹이 실패하는 세 가지 이유
준비한 순서가 있는데도 자리가 굳는다면 대개 원인은 셋 중 하나다. 질문의 난이도, 말하는 순서, 그리고 진행자의 첫 마디.
굳는 것은 사람이 아니라 자리다
모임을 열어 본 사람은 안다. 같은 사람들인데 어떤 날은 30분 만에 시끄러워지고 어떤 날은 한 시간이 지나도 각자 휴대폰만 본다. 참석자가 내향적이라서가 아니다. 자리가 사람에게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가 다르다.
굳은 자리에서 사람들이 실제로 계산하는 것은 «내가 지금 말하면 이상해 보일까»다. 이 계산이 끝나기 전에는 아무도 먼저 입을 열지 않는다. 아이스브레이킹의 목적은 재미가 아니라 이 계산을 없애는 것이다.
첫째, 질문이 너무 어렵다
«자기소개를 해 주세요»는 가장 흔하고 가장 어려운 요구다. 답의 범위가 정해져 있지 않아서 말하는 사람이 무엇을 얼마나 말해야 할지 스스로 정해야 한다. 첫 사람이 길게 말하면 뒤 사람이 부담을 느끼고, 짧게 말하면 자리가 더 조용해진다.
«오늘 여기 오기 전에 뭐 하다 오셨어요»는 다르다. 답이 이미 있고, 길이도 알아서 정해지고, 틀릴 수가 없다. 첫 질문은 이렇게 답이 이미 머릿속에 있는 것이어야 한다. 깊은 질문은 자리가 풀린 다음이다.
둘째, 말하는 순서가 정해져 있지 않다
«아무나 편하게 말씀하세요»는 배려처럼 들리지만 실제로는 부담을 참석자에게 떠넘기는 말이다. 순서가 없으면 먼저 말하는 사람이 «나서는 사람»이 되고, 대부분은 그 역할을 원하지 않는다.
순서를 정하면 이 문제가 사라진다. 내 차례가 언제인지 알면 그때까지 답을 생각할 수 있고, 차례가 왔을 때 말하는 것은 나서는 것이 아니라 순서를 지키는 것이 된다. 말하지 않는 사람도 «아직 차례가 아닌 사람»이지 «말 안 하는 사람»이 아니다.
셋째, 진행자가 자기 이야기를 먼저 하지 않는다
진행자가 질문만 던지고 자기는 답하지 않으면 자리가 면접처럼 느껴진다. 첫 질문에는 진행자가 먼저 답하는 편이 낫다. 그것도 아주 평범하게. 진행자의 답이 길고 재미있으면 오히려 뒷사람의 기준이 높아진다.
«저는 오기 전에 근처에서 커피 마셨어요. 별거 없죠.» 이 정도면 충분하다. 이 답이 하는 일은 «이 정도로 말해도 된다»는 기준을 보여 주는 것이다.
정리하면
쉬운 질문, 정해진 순서, 진행자가 먼저. 셋 다 준비물이 필요 없고 그날 바로 쓸 수 있다.
- 첫 질문은 답이 이미 머릿속에 있는 것으로
- 순서를 정해서 «내 차례»를 알게
- 진행자가 짧고 평범하게 먼저 답하기